제왕절개 수술에서 부분 마취는 여러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의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2021.05.19 - [마취 이야기] - <제왕절개 수술, 부분 마취로 하는 이유!>알기 쉬운 마취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왕 절개 수술을 전신 마취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대학병원에서는 제왕 절개 수술을 전신 마취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왕절개 수술에서 척추 마취(Spinal anesthesia)가 위험할 수 있다?
부분 마취, 특히 척추 마취가 모든 면에서 좋은 것은 아닙니다. 분명 태아에게 끼치는 영향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음과 같은 위험성이 있습니다.
서맥(Bradycardia)과 저혈압(Hypotension)
척추 마취에서 국소 마취제는 교감신경을 차단합니다. 교감신경이 차단되면 심박수가 떨어져 서맥이 발생합니다. 또한 하지의 혈관도 확장되면서 저혈압이 유발됩니다. 이런 서맥과 저혈압은 환자에게 중대한 위험을 끼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산모는 서맥과 저혈압의 정도가 정상 성인에 비해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임신을 하면 신체의 혈액량, 심장 박출량, 혈관 저항, 호르몬 등이 변하면서 척추 마취에 더 민감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취과 전문의들은 다른 환자들보다 산모의 척추 마취에서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입니다.
혈관 수축제(Vasopressors)의 부작용
척추 마취에서 저혈압이 발생하면 승압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산모는 승압제도 신중하게 골라야 합니다. 본래 척추 마취 시 우선적으로 권장되는 승압제는 혈관 수축제인 페닐에프린(Phenylephrine)입니다. 페닐에프린은 척추 마취로 확장된 하지 혈관을 다시 수축시켜 저혈압을 교정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페닐에프린은 서맥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 혈관이 수축되면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액량이 늘어나는데 심장의 수용체가 이를 감지하고 심박수를 더 낮추기 때문입니다.
또한 혈관의 수축 작용으로 자궁 혈류도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자궁 혈류의 감소는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보통 산모가 저혈압에 빠지면 자궁 혈류가 감소하는데 반대로 혈압을 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혈관 수축제가 자궁 혈류를 감소시킬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승압제를 선택할 때, 혈압은 올릴 수 있으면서, 자궁 혈류는 감소시키지 않고, 서맥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여러 약제를 페닐에프린과 적절히 병행해야 합니다. 에페드린(Ephedrine), 도파민(Dopamine),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호흡 억제(Dyspnea)
척추 마취를 하면서 산모에게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호흡 억제입니다. 이 호흡 억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합니다.
먼저 서맥과 저혈압으로 폐혈류량이 줄어들면 호흡 억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산모는 가슴이 답답하거나 메스껍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저혈압으로 줄어든 폐혈류량과 낮은 산소포화도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또한 수면 목적으로 진정제를 투여하면 호흡 억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척추 마취에서는 환자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혹은 환자가 원해서 진정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진정제(정맥 마취제)는 호흡 억제 작용이 있습니다.
이렇게 발생하는 호흡 억제는 저절로 해소되지 않으며 결국 응급 상황을 초래합니다. 따라서 마취과 전문의는 호흡 억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산소마스크와 인공호흡기를 항시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제왕절개 수술에서 전신 마취의 이점이 있을까?
마취과 전문의들은 위와 같은 척추 마취의 위험성을 포함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전신 마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빠른 마취 유도
먼저 전신 마취는 척추 마취보다 마취 유도가 빠릅니다. 정맥 마취제를 주입하면 5분 남짓의 시간 안에 마취가 완료되며 분만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심혈관계 문제가 적음
다음으로 전신 마취는 척추 마취에서 발생하는 서맥과 저혈압과 같은 심혈관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물론 정맥 마취제가 일시적으로 심혈관계를 억제할 수 있지만 기관 삽관(Intubation) 과정에서 가해지는 자극이 이런 억제 작용을 보상합니다.
호흡 억제가 없음
또한 전신 마취에서는 호흡 억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공호흡기를 통해 호흡을 보조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관 삽관 후 산모의 체중에 맞게 값만 설정해 놓으면 호흡 관리를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신생아 억제는 생각보다 잘 일어나지 않음
미국 마취과학회와 미국 산부인과학회가 제왕절개 수술에서 부분 마취를 '권장'하는 이유는 태아에게 영향이 적어서입니다. 정맥 마취제 및 흡입 마취제는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신생아 억제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전신 마취로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해도 신생아 억제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마취 유도부터 분만까지 굉장히 빠른 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마취 유도 후 10분 안에 분만이 이루어진다면 신생아 억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신생아 억제란 출산 후 태아가 축 처지거나 호흡이 억제되는 등 낮은 태아 점수(Apar score, 아프가 점수)가 나타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반드시 전신 마취(General anesthesia)로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제왕 절개 수술을 반드시 전신 마취로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위해 아래와 같은 상황에서는 제왕절개를 수술을 전신 마취로 시행해야 합니다.
태아 절박 가사(Fetal distress)
먼저 태아 절박 가사란 태아의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태아의 심박수가 급격하게 감소된 상태를 말합니다. 이 경우 산부인과적인 초응급 상황으로 신속한 분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척추 마취는 자세를 취하고 마취제가 작용하는데 시간이 소요됩니다. 또한 마취 후에도 저혈압을 유발하여 자궁 혈류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혈관계 영향이 적으면서 마취 유도가 빠른 전신 마취로 수술을 진행해야합니다.
과도한 출혈
다음으로 과다한 출혈이 있을 때도 제왕절개 수술은 전신마취로 진행해야 합니다. 출혈이 많을 때는 심혈관계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척추 마취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혈액량을 보충해주기 위해서는 손과 다리 등 여러 군데에 수액 라인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런 마취 관리는 전신 마취를 시행했을 때 수월해집니다.
혈액 응고 장애
혈액 응고 장애가 있을 때 역시 척추 마취를 시행하면 안 됩니다. 척추 마취는 허리에 바늘을 꽂아 시행합니다. 산모에게 혈액 응고 장애가 있다면 이때 혈종(Hematoma)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혈종은 척수를 눌러 하지 감각이나 운동 기능을 저하시킵니다. 만약 수술적으로 신속하게 혈종을 제거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장애가 남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혈액 응고장애가 있다면 제왕절개 수술은 전신 마취로 진행해야 합니다.
*혈종(Hematoma)은 핏덩어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핏덩어리는 주로 경막외 공간(Epidural space)에 형성되며 경막을 포함한 척수를 누를 수 있습니다. 형성된 혈종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수술밖에 없습니다.
비만 및 어려운 척추 마취 산모
산모가 비만이거나 중증 척추 측만증, 강직성 척추염과 같은 허리 질환이 있다면 어려운 척추 마취에 해당합니다. 어려운 척추 마취 환자는 전신 마취를 시행해야 합니다.
이런 환자는 마취 준비 자세를 바르게(새우등) 잡기 힘듭니다. 또한 자세를 잡았다고 해도 척추 사이로 바늘을 진입시키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척추 마취를 무리하게 시도하기보다는 신속하게 전신 마취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산모가 전신 마취를 원함
산모가 전신 마취를 강력하게 원하는 경우에도 전신 마취를 시행해야 합니다. 사실 마취 방법을 선택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의견입니다.
수술 환경이 두렵거나 불안한 산모들은 처음부터 수면 혹은 전신 마취를 원합니다. 이때는 산모의 의견을 존중하여 전신 마취로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해야 합니다.
추가적인 수술이 필요
산모나 태아에게 질환이 있어 출산과 함께 추가적인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전신 마취를 시행해야 합니다. 척추 마취로는 수술 중간에 마취 시간을 연장하거나 마취 레벨을 높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분만과 동시에 맹장 수술이나 담낭염 수술을 해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는 전신 마취하에 제왕절개 수술을 먼저 한 후 추가적으로 맹장 및 담낭염 수술을 진행합니다.
이상으로 제왕 절개 수술에서 전신 마취를 시행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전신 마취와 부분 마취 둘 다 장, 단점이 있습니다. 마취과 전문의는 위험성과 이점을 철저히 비교하여 가장 좋은 마취 방법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합니다.
단, 반드시 전신 마취로 시행해야 할 경우가 아니라면 선택권은 산모에게 있습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산모가 선호하는 방법으로 마취하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최대한 잘 대처하는 것이 마취과 전문의의 역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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