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척추 마취란 무엇이며 왜 위험할 수 있는지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척추 마취란?
Spinal anesthesia
척추 마취는 척추의 거미막공간(Subarachnoid space)에 마취제를 주입하여 시행하는 부위 마취 방법입니다.
쉽게 말하면 허리에 바늘을 꽂아 척수(Spinal cord) 주위에 직접 마취제를 주입하는 마취 방법입니다.
보통 '하반신 마취', '부분 마취'로 알려져 있으며 하지, 서혜부, 하복부 수술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척추 마취에서 주로 사용하는 약물
Local anesthetics
척추 마취에서는 주로 국소 마취제(Local anesthetics)를 사용합니다. 국소 마취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고 하시면 됩니다.
2021.05.14 - [마취 이야기] - <국소 마취제란?> 알기 쉬운 마취 이야기
다음은 척추 마취에서 주로 사용하는 국소 마취제의 종류입니다.
척추 마취 시행 순서
Spinal anesthesia technique
감시 장치(Vital signs monitoring devices)
척추 마취를 시행하기 전에는 반드시 전신 마취에 준하는 *감시 장치를 준비해야 합니다. 또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기도 유지 장치와 심폐소생술 장비를 갖추고 시작해야 합니다.
이렇게 철저한 감시 장치가 필요한 이유는 뒤에 나오는 '척추 마취의 위험성'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시 장치에는 심전도 기계, 혈압계, 체온계, 인공호흡기 등이 있습니다.
준비 자세(Position)
척추 마취를 시작할 때는 환자의 자세를 바르게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안전하고 신속하게 척추 마취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옆으로 누운 자세, 앉은 자세, 엎드린 자세 등 세 가지 방법으로 시행할 수 있으며 주로 옆으로 누운 자세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는 환자의 등이 침대의 모서리 끝까지 와야 하며 머리는 숙이고 무릎은 배 쪽으로 구부려 새우등 자세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척추 사이 간격이 넓어져 척추 마취를 하기 수월해집니다. 아마 하지 쪽 수술을 받았던 분들은 다들 척추 마취 경험이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천자(Puncture)
수술의 종류에 따라 천자 부위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제4, 5번 요추뼈(L4-5) 혹은 제3, 4번 요추뼈(L3-4) 사이를 천자(Puncuture)합니다.
“척추에 놓는 주사니까 굉장히 아프겠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실제로는 바늘이 얇아 일반 근육 주사보다 덜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약물 주입 후 자세(Position change)
척추 마취 후에는 마취 높이를 고정하기 위해 15분 정도 바르게 누운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이때 수술 부위에 따라 머리를 낮추거나 높여 마취 높이를 조절합니다.
예를 들어 발목 수술의 경우는 머리를 높여(침대를 기울임) 마취를 낮은 척수 높이에 고정하고, 이와 다르게 제왕절개 수술의 경우는 상복부 부위까지 마취되도록 바른 자세로 눕히거나 머리를 살짝 낮추도록(침대 기울임) 합니다.
척추 마취에서 감각이 사라지는 순서?
Assessment of blockade level
전신 마취와 다르게 척추 마취는 그 효과가 단계적으로 나타나고 이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척추 마취를 시작하면 처음에는 심박수가 저하되고 그다음으로 통증 감각이 사라집니다. 이어서 냉온 감각이 서서히 무뎌지고 마지막으로 움직임이 억제됩니다. 즉, 교감신경, 통증, 냉온 감각, 운동, 압각 순으로 마취가 진행됩니다.
이렇게 효과가 단계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각각을 담당하는 신경의 굵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척수의 바깥쪽에 위치하면서 두께가 얇은 교감신경 및 통증, 감각 신경이 먼저 마취되고 이어서 두꺼운 운동 신경이 나중에 마취되는 것입니다.
두루마리 휴지가 물에 젖는 모습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두루마리 휴지 바깥에서부터 심지까지 젖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듯 신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마취과 전문의는 다음과 같은 테스트로 마취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때 마취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척추 마취를 다시 한번 시도합니다.
척추 마취를 간단한 부위 마취로만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
Side effects
사실 마취 행위 자체는 법적으로 마취과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일반 의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척추 마취는 비교적 간단한 마취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비용을 아낄 목적으로 많은 병원에서는 마취과 전문의 없이 수술의가 스스로 척추 마취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굉장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척추 마취가 전신 마취보다 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교감 신경의 차단(Sympathetic nerve block)
척추 마취 초기에는 교감 신경이 차단되면서 심박수(Heart rate)가 떨어집니다. 이와 동시에 하지의 혈관이 확장되어 혈압도 낮아집니다. 즉, 서맥(Bradycardia)과 저혈압(Hypotension)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를 처치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정지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척추 마취에서는 전신 마취에 준하는 감시(Monitoring)와 적절한 승압제(혈관 수축제 혹은 교감신경 흥분제)의 투여가 필수인 셈입니다.
하지만 일반 병원에서는 비용의 문제로 감시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게다가 마취과 전문의가 아니라면 위와 같은 상황을 경험해보지 못해 적절한 약물적 처치를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젊은 환자는 저런 변화에도 몸이 그나마 견뎌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저 질환으로 고혈압이 있거나 고령인 환자는 언제든지 심정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술 환자가 많은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동네 의원에서도 척추 마취로 인한 응급 상황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진정제의 사용(Sedative drugs)
척추 마취가 위험할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진정제의 사용입니다. 척추 마취에서는 환자의 불안을 줄여주기 위해 진정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해 수술의 진행 상황이나 소리로부터 안심할 수 있도록 수면제를 주는 것입니다. 이를 신경이완마취(Neurolept anesthesia)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진정제가 환자의 호흡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앞서 척추 마취는 심박수와 혈압을 떨어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호흡까지 억제되면 응급 상황이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척추 마취는 항상 산소포화도 감시 장치와 함께 인공호흡기와 같은 호흡 보조 장치를 갖춘 후 시작해야 합니다. 가끔 척추 마취를 하고 환자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이유는 이렇게 적절한 감시 장치와 인공호흡기 없이 환자를 방치했을 때 발생하는 '인재'인 셈입니다.
이상으로 척추 마취는 무엇이고 왜 위험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척추 마취가 '부분 마취'라고 해서 오히려 전신 마취보다 더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마취든 기본적인 위험성은 항상 존재합니다. 다만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마취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혹시 척추 마취를 받게 된다면 먼저 마취과 전문의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수술 전에 척추 마취의 부작용과 합병증에 관하여 집도의 및 마취과 전문의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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