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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상식

<배가 꾸륵꾸륵, 가스가 빵빵, 우유는 위험해!> 유당불내증

by 개미의사 2021.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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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가 너무 좋은 한국인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제품을 참 좋아합니다. 딸기, 초코, 바나나, 멜론, 커피맛 등 이미 평범한 맛의 우유는 넘어섰습니다. 여기에 31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계절에 상관없이 즐기는 것은 물론 일단 음식 위에 뜨겁게 늘어난 치즈가 한가득 올라가 있다면 그 집은 맛집 인증이 따로 필요 없습니다. 또한 치즈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시카고 피자, 꾸덕한 크림이 압권인 크림 파스타, 그냥 생크림 덩어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꽉 찬 도지마롤, 게다가 아이스크림에 라테를 섞는 것도 모자라 그 위에 크림을 올리기까지 유제품이 안 들어간 음식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한국사람에게 이런 유제품 섭취가 괜찮을까요?

 

장은 무죄, 우유는 유죄! 유당불내증이란?

 

내가 장이 약해서, 어렸을 때부터 장이 안 좋았어"라고 습관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 중 상당수는 간헐적으로 소화불량, 복통, 복부 불편감, 설사 등의 증상을 호소합니다. 유독 장이 불편한 날이면 병원을 가볼까 싶다가도 하루 정도 지나면 괜찮아져 결국 진료를 안 보게 됩니다. 그러다 며칠 후 다시 장이 불편해지고 이런 사이클이 반복됩니다.

 

사실 이전에도 병원에 가봤지만 큰 문제는 없고 신경성인 것 같다“라는 대답 때문에 더 진료를 보지 않는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그냥 넘어갈게 아니라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이 아닐지 의심해 봐야 합니다.

 

여기서 유당이란 포도당과 갈락토오스로 구성된 이당류를 말하며 락토오스(lactose) 또는 젖당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보통 모유나 우유, 양유 등 모든 포유동물의 젖 속에 함유되어 있는 성분인데 이를 *가공한 유제품(아이스크림, 요구르트, 우유가 섞인 빵 제품, 과자 제품 등)에도 물론 들어가 있습니다.

 

이 유당을 분해하기 위해서는 몸에서 락타아제가 분비되어야 하지만 한국사람들 중 대부분은 이 락타아제 분비가 적거나 선천적으로 분비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유당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상태가 바로 유당불내증입니다.

 

*사실 치즈나 생크림은 그 제조과정에서 유당이 배출되기 때문에 유당이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함량이 적을 뿐 어느 정도 들어있긴 합니다. 그래서 예민한 사람들은 치즈나 생크림을 먹고도 유당불내증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유당불내증에서는 소화되지 않은 유당이 대장 내에서 미생물에 의해 발효됩니다. 이 과정에서 수소이온과 CO2, 지방산 등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마치 변비약을 먹은 것처럼 유당 함유 식품을 먹고 나면30분에서 2시간이 지난 후 설사, 헛 배부름, 복부팽창,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장이 자주 불편한 분들은 일단 우유를 끊어 보십시오. 증상이 좋아진다면 유당불내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장 기능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유제품 섭취만 줄이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유당불내증 왜 생기나?

 

유당불내증은 원인에 따라 다음의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B의 경우처럼 락타아제가 결핍되면 유당의 발효로 인해 수소, 이산화탄소, 지방산이 생성됩니다. Source:ResearchGate

 

원발성 유당 분해효소 결핍증(Primary lactase deficiency)

 

먼저 원발성 유당 분해효소 결핍증이란 성장하면서 락타아제 분비가 자연적으로 줄어드는 경우를 말합니다. 민족에 따라 발생률이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세계 인구의 약 70%에서 나타나는 만큼 유당불내증의 주요한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양인은 락타아제의 결핍이 백인보다 어릴 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그 이유가 락타아제를 생성하는 mRNA의 소멸이 동양인은 유전학상 좀 더 빨리 발현하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어릴 때는 우유를 먹어도 괜찮지만 성인이 돼서는 속이 불편한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속발성 유당 분해효소 결핍증(Secondary lactase deficiency)

 

다음으로 속발성 유당 분해효소 결핍증은 외부적인 원인으로 유당 분해효소 결핍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 로타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소장 융모의 상피세포가 손상받게 되면 그 끝에 존재하는 락타아제가 소실되면서 유당불내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감염이 다 치유되고 나면 유당불내증이 호전되기도 합니다.

 

선천성 유당 분해효소 결핍증(Congenital lactase deficiency)

마지막으로 선천성 유당 분해효소 결핍증인데 매우 드물지만 신생아나 소아가 모유를 섭취하고 나서 난치성 설사증이 나타나면 의심해봐야 합니다. 조직학적으로 소장 융모는 정상이지만 선천적으로 락타아제가 적거나 분비되지 않는 경우로 방치하면 지속적으로 탈수 및 전해질 손실이 일어나 생명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천성 유당 분해효소 결핍증이 의심되는 소아는 유당을 완전 가수 분해한 제품 혹은 탄수화물로 대체하여 식이를 진행해야 합니다.

 

에이 설마 나도? 우리나라 유당불내증 비율

전세계 유당불내증 유병률 Source:Wikimedia commons, Author:NmiPortal

 

연구에 의하면 전 세계 성인의 70%는 유당을 소화하는 데 있어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1988년에 미국 MIT에서 세계 각 국가별, 인종별, 연령별로 유당불내증의 유병률을 조사했는데, 코카서스인과 백인들은 발생률이 낮은 편이었지만 동양계나 흑인들은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동양인의 경우 높은 발생률을 보였는데 그중 한국은 75%, 싱가포르와 일본은 거의 모든 성인들이 유당불내증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호주의 경우에도 중국인은 90%로 발생률이 높지만, 코카서스인은 21%로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즉, 한국 사람의 10명 중 8명은 유당불내증이 있습니다. 내가 유당불내증일까? 거의 맞다고 보시면 됩니다.

 

문제는 활성산소! 유당불내증은 몸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

 

"단순히 속만 불편한 거라면 변비약 먹듯이 그냥 우유를 먹고 좀 참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당불내증이 있다면, 우유 끊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바로 활성산소 때문입니다.

 

유당이 소화되지 못하고 장에서 발효되면 수소가스가 발생합니다. 수소가스는 혈액으로 유입되어 pH를 교란시키는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몸에서 활성산소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활성산소는 산화스트레스를 일으켜 DNA, 세포 구성 단백질, 지질 등을 공격하여 세포를 손상시키고, 유전자 발현과 신호전달 경로를 방해하여 변이를 일으킴으로써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유 및 유제품 소비량과 암 사망률과의 상관관계를 측정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우유나 유제품 소비량과 암 사망률 간에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1975년도에 우유 섭취량이 약 5L이고 암 발생률이 10만 명 당 약 16명이었으나 20년이 지난 1997년에는 우유 섭취량이 약 53L로 증가하면서 암 발생률도 약 180명으로 급속히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다른 요인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활성산소가 암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이미 밝혀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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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끊어보자 우유! 유당불내증 치료

 

유당불내증의 치료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유를 끊으면 됩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한국인들은 유제품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우유를 완전히 끊기? 그렇게 간단히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유당불내증에 사람들이 더 둔감한 이유는 개인차가 있기 때문인데 따라서 여기에 맞춰 식사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완전히 우유를 끊기 힘들겠다면 유당을 제거하거나 줄인 식품을 섭취하면 됩니다

 

연령에 따라 유당불내증을 치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유당 불내아에게는 유당을 가수 분해한 제품을 주거나 우유에 락타아제 제제를 미리 첨가하여 유당을 주지 않는 영양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영유아가 우유를 마실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영양결핍증에 걸리지 않도록 대체식품을 공급해야 합니다. 이때, 대두 유아식은 영유아의 정상적인 성장과 발육에 적합한 대체품입니다.

 

다음으로 성인이 유당불내증 증상이 심하다면 우유 또는 유제품으로 만든 음식을 일체 피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요즘에는 유당 가수분해 제품들도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이를 대체적으로 섭취해도 됩니다. 예를 들면 '락토프리'라고 홍보하고 있는 제품들입니다.

 

락토프리 우유 Source:www.maeil.com

 

아니면 대두를 원료로 한 두유를 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Whole, skim-milk(탈지유), low-fat, butter milk를 포함한 Cow milk의 유당 함량은 4-5%인 반면, 두유는 유당을 전혀 함유하고 있지 않아 유당불내증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우유와 동등한 영양학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두유를 먹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베지밀 두유 Source:www.vegemil.co.kr

 

정리하자면~

 

다시 한번 강조하겠습니다. 평소 장이 불편하거나 약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혹시 내가 유제품을 과하게 먹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만약 유제품을 먹고 있다면 한번 끊어 보십시오. 한국사람들 중 대부분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유당불내증이 있기 때문에 유제품을 먼저 끊어보고 경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어느 순간 항상 가스가 차거나 불편했던 속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장이 불편하다면? 그때는 가까운 병원으로 진료를 보러 가시길 바랍니다. 다른 기질적인 질환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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