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 건강검진에서 당이 높게 나올 때가 있습니다. 혹은 당 측정기를 가지고 있는 지인의 기계를 빌려 시험 삼아 당 검사를 해봤더니 생각지도 못하게 당이 높게 나와 당황한 적이 있을 겁니다. 이렇게 당 검사에서 한번 당이 높게 나왔다면 무조건 당뇨를 걱정해야 할까?
이번 포스팅에서는 어떤 경우 당뇨로 진단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당뇨(Diabetes mellitus)에도 종류가 있다?
먼저 당뇨를 진단하기 앞서서 당뇨병에도 종류가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당뇨는 원인 기전에 따라 제1형 당뇨와 제2형 당뇨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1형 당뇨
자가면역에 의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가 파괴된 경우를 말합니다. 베타 세포가 파괴되면 인슐린 분비 자체가 줄어서 혈당을 조절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제1형 당뇨는 주로 소아에게 많이 나타나며 후천적으로 면역반응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제2형 당뇨에 속합니다.
제2형 당뇨
전체 당뇨병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슐린은 정상적으로 분비되지만 간과 근육에서 인슐린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를 인슐린에 저항성이 있다고 표현하는데 초기에는 인슐린이 분비되지만 낮은 반응성으로 혈당 조절이 안되고 결국에는 인슐린의 분비 자체도 줄어들게 됩니다.
제2형 당뇨 누가 잘 걸리나?
2019년 당뇨병 학회 진료 지침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서 제2형 당뇨가 잘 발생한다고 합니다.
제2형 당뇨병 위험인자
①체질량 지수(BMI)가 23kg/m2 이상(우리나라 기준, 미국 기준으로는 25 이상)으로 과체중인 사람
과체중일 경우 인슐린이 세포조직에 제대로 작용하지 못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게 됩니다. 과체중으로 생긴 인슐린 저항성은 체중을 줄이면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다이어트가 중요합니다.
②직계 가족(부모, 형제자매)에게 당뇨병이 있는 사람
당뇨 역시 심폐질환과 마찬가지로 가족력이 있습니다. 부모 혹은 형제자매 중에 당뇨가 있다면 본인도 당뇨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30세 이상이 되면 정기적으로 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③공복혈당장애나 내당능장애가 있었던 사람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 모두 당뇨병 전 단계를 지칭하는 말로 과거에 당 검사를 했는데 혈당이 당뇨병 전 단계 수치로 나온 적이 있다면 역시 제2형 당뇨의 위험인자입니다.
*공복혈당장애(Impaired fasting glucose, IFG) = 8시간 이상 공복 혈당이 100~125mg/dl 일 때
*내당능장애(Impaired glucose tolerance, IGT) = 75g 당부하 후(편하게 식후) 2시간 혈당이 140~199mg/dl 일 때
④임신성 당뇨병이나 4kg 이상의 거대아를 출산한 사람
태반 호르몬이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임신을 하면 당뇨가 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산모들은 혈당을 정기적으로 체크하도록 하는데 과거에 임신과 관련해서 당뇨로 진단받은 적이 있다면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인자에 해당합니다.
⑤고혈압 혹은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는 대게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어떤 질환이 먼저 선행하는지 정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습니다. 고혈압의 합병증으로 당뇨가 오기도 하며 당뇨의 합병증으로 고혈압이 올 수도 있습니다. 고지혈증 역시 마찬가지로 이런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역시 정기적인 당 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⑥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수 있는 질환이 있는 사람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나 흑색 가시 세포증 등은 호르몬의 변화를 통해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제2형 당뇨의 위험인자에 해당합니다.
이외에도
⑦심혈관질환
⑧약물(당질 코르티코이드 혹은 스테로이드제제,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 등)
당뇨 진단 기준 정확히 알아보자!
위와 같은 당뇨 위험인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당 검사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당 검사에서 한 번 당이 높게 나오면 무조건 당뇨일까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일단 당뇨는 아래의 4가지 경우 중 1가지에 해당하면 진단할 수 있습니다.
①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이 있으면서 식사와 상관없이 검사한 무작위 혈당이 200mg/dl 초과 일 때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은 다뇨, 다음, 설명되지 않는 체중 감소가 있습니다.
②8시간 이상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 일 때
③75g 경구 당부하검사 2시간 후 혈당이 200mg/dl 이상 일 때
쉽게 얘기해서 식후 2시간 후 혈당이 200mg/dl 이상 일 때를 말합니다.
④HbA1c(당화혈색소)가 6.5% 이상 일 때
민감도가 제일 높은 검사로 알려져 있으며 병원에서는 당화혈색소만을 검사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①은 한 번만 해당되어도 당뇨로 진단할 수 있으며, ②③④의 경우는 한번 높게 나왔다면 다른 날 반드시 재검해서 다시 한번 혈당이 높게 왔을 때 당뇨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재검을 했는데 혈당이 높게 나오지 않았다면 3개월 이내에 한번 더 추척 관찰 해봐야 합니다. 또한 위의 기준 중에 2가지 이상의 소견이 동시에 나왔다면 재검의 필요 없이 당뇨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즉, 단순히 혈당이 한번 높게 나왔다고 당뇨로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이 있는지(특히 체중감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여기에 공복혈당이나 식후 혈당, 당화혈색소 등의 수치가 같이 높게 나오는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당뇨 검사 언제 하는 게 좋을까?
하지만 당뇨 검사는 미리미리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0세 이상이라면 혹은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인자에 해당되는 30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당뇨병 선별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여기서 당뇨병 선별검사란 공복혈당 검사, 경구 당부하 검사, 혹은 당화혈색소 검사를 말합니다. 보통 건강검진을 실시하면 공복혈당검사(금식 8시간을 하고 혈액검사를 실시하기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때 혈당이 한번 높게 나왔다면 혹시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은 없었는지 생각해보고 다시 한번 재검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상으로 당뇨병의 진단에 대한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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