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과 수두의 원인 바이러스는 동일하다!

먼저 대상포진(Herpes zoster, shingles)과 수두(Chicken pox)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로 동일합니다.
이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는 헤르페스 바이러스(Herpes virus)중의 하나인데 처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수두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 후 수두에서 완치되면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질 때 대상포진의 형태로 재발현하는 것입니다.
즉, 병명은 다르지만 대상포진과 수두는 결국 같은 바이러스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그렇다면 대상포진과 수두를 구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수두와 대상포진은 발현 시기가 다르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재발현된 질환이며 반드시 수두의 선행 감염이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수두에 먼저 걸려야 나중에 대상포진에도 걸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수두(Chicken pox)
보통 성인보다 소아에게 많이 발생하며 그 이유는 아직 면역체계가 완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1995년 백신이 도입되기 전에는 15세 미만의 약 90% 소아에게 수두가 발생했지만 현재는 백신 사용으로 매년 수두 감염수가 약 90%씩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오히려 소아 시기에는 백신으로 면역이 형성되어 있다가 성인과 노년층에서 면역이 약해졌을 때 새롭게 수두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전염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수두는 소아만 걸린다는 말도 옛말인 셈입니다.
대상포진(Herpes zoster)
성인과 노인에서 발생빈도가 높습니다. 2011년 한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참고하면 연간 인구 1,000명당 10.4명 정도가 대상포진이 발병했고(여자가 12.6명, 남자가 8.3명) 연령별로 분류했을 때, 10세 이하의 어린이는 1,000명당 2.0명, 20-50세의 성인에서는 1,000명당 24.3명, 60세 이상에서는 1,000명당 60.7명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60세 이상의 노인에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면역이 약해진 고령의 시기에 재발현하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두와 대상포진은 증상도 다르다!
수두와 대상포진은 발현되는 증상도 다릅니다.

수두(Chicken pox)
보통 2~3주의 잠복기를 거친 후 미열, 두통, 근육통이 발생하고, 유아는 이와 동시에, 성인은 1~2일 뒤부터 피부 발진이 나타납니다.
이 피부 발진은 총 3단계 과정으로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피부가 작은 점 크기로 오돌토돌 솟아나기 시작하고 그 후 물집으로 변했다가 마지막에 이 물집이 굳어 딱지(가피)가 됩니다. 가피는 중심부부터 형성되며, 5~20일 정도가 되면 떨어집니다. 보통 가피가 형성되면 전염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합니다.
피부 발진은 몸통, 두피, 안면 부위, 팔다리에 무리를 지어 나타나는데 모든 단계가 동시에 발견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상포진(Herpes zoster)
수두보다 전구 증상이 더 오래전에 나타납니다. 발열,권태감,독감 증상,두통,구역, 목의 경직 등의 전구 증상이 피부 발진 3-7일 전에 나타납니다. 일부에서는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부 발진이 없으면 대상포진으로 확진하기 어렵기 때문에 초기에 나타나는 이 전구 증상들을 단순 피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대상포진은 피부 발진이 나타나는 양상도 수두와 다릅니다. 수두의 피부 발진은 전신적으로 여러 양상이(발진, 물집, 가피) 동시에 나타난다면 대상 포진은 하나의 척수 신경을 따라 띠 모양으로 그 분절 dermatome에 국한되어 발진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평균 발진 기간은 보통 2-3주로 수두처럼 처음 발진이 나타난 후 다음으로 물집과, 농포로 변했다가 마지막으로 가피를 형성한 후 떨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수두와 대상포진은 전염이 될까?
수두(Chicken pox)
대상포진과 다르게 전염력이 강합니다. 수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공기를 통해 전염될 수 있습니다. 또한 수두 환자와 직접적으로 접촉하거나, 수두 물집에서 나오는 진물을 만졌을 때도 손을 통해서 전염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두는 전염성이 강하며 수두 환자와 접촉하면 거의 100% 전염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발진이 나타나기 2일 전에 전염성이 가장 높고 이 발진이 물집과 가피로 변한 후 건조되기 전까지 전염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은 환자를 격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상포진(Herpes zoster)
수두보다 전염성이 훨씬 약하기 때문에 격리가 필요하진 않습니다. 다만 대상포진 발생 시작 후, 7일까지는 물집이나 고름으로 바이러스가 분리될 수 있기 때문에 대상포진 환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서 전염될 수 있어 면역력이 약한 노인은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상포진 환자를 접촉했다고 대상포진이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대상포진 환자로부터 수두가 전염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데 다음에 나올 내용을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과 수두, 왜 다를까?
보통 원인 바이러스가 같다면 같은 질환에 걸리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수두와 대상포진은 발현 시기, 증상, 전염력이 모두 다릅니다. 이 차이는 왜 발생할까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의학계에서는 이를 초기 감염과 재발현 사이에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위치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초기 1차 감염(수두) 일 때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혈액을 타고 퍼지게 됩니다.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퍼진 바이러스는 발진을 유발하고 몸의 여러 신경이나 장기에 숨어들게 됩니다. 그러다가 이후 면역체계가 활성화되면 면역 세포가 도달하기 쉬운(혈액 공급이 풍부한) 곳들의 바이러스들을 먼저 박멸하면서 수두에서 낫게(완치?)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신경절(특히, Dorsal root ganglion이나 교감신경절)의 바이러스는 살아남게 됩니다. 이 신경절에 남아 있는 바이러스는 후에 몸의 면역 체계가 약해지거나 어떤 외부적인 압박에 의해 신경 주위에 혈액공급이 약해지면 다시 증식을 시작합니다.
초기 1차 감염일 때 혈액을 타고 퍼졌다면 재발현이 될 때는 신경절을 따라 퍼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피부 발진이 신경절을 따라 띠 모양으로 국소적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또한 신경을 따라 퍼진 바이러스가 염증을 유발하면서 수두와 다르게 신경통이 동반됩니다.
흔히 이를 '신경을 갉아먹는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런 신경통을 방치하게 되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이라는 만성질환으로 이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부 발진과 전염 여부만을 조절하던 수두와 달리 대상포진은 신경학적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이러스 항체 치료제 외에도 신경차단술, 신경절 주사 등을 통해 신경 주위 염증과 통증을 조절해주어야 합니다.
이제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대상포진 환자로부터 왜 대상포진이 아니고 수두가 전염될 수 있는가"의 답은 이렇습니다.
수두에 걸린 적 없는 사람은 대상포진에 걸린 사람으로부터 '처음' 수두 바이러스에 노출된 셈입니다. 따라서 이 바이러스가 혈액을 따라 확산되면서 전신에 발진이 생기면서 수두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이 수두가 완치(?)되면 남은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나중에 대상포진으로 다시 재발현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두와 대상포진의 차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경병증 통증 > 대상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상포진 백신>알기 쉬운 통증 이야기 (1) | 2021.06.21 |
---|---|
<가바펜틴, 그 효과와 부작용이 궁금하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0) | 2021.04.01 |
<대상포진(Herpes zoster) 이렇게 치료한다!> 대상포진 (0) | 2021.02.24 |
<대상포진 방치하면 평생 고생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0) | 2021.02.23 |
혹시 내가 대상포진(Herpes zoster)? (0) | 2021.02.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