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췌장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췌장염이란?
Pancreatitis
췌장염은 말 그대로 췌장에 발생한 염증을 말합니다.
췌장은 윗배(상복부)에서 위의 뒤쪽, 소장 언저리에 자리 잡고 있는 길고 납작한 분비샘입니다. 이 췌장의 기능은 크게 2가지입니다. 외분비 기능과 내분비 기능입니다.
- 외분비 기능 = *소화액을 십이지장으로 분비하는 기능
- 내분비 기능 = 인슐린, 글루카곤 등의 호르몬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기능
*췌장의 소화액 종류는 다양합니다. 탄수화물을 분비하는 아밀라아제, 단백질을 분해하는 트립신, 지방을 분해하는 리파아제 모두 췌장에서 분비됩니다.
이처럼 췌장은 음식물의 소화와 혈당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그런데 이런 췌장에 염증이 생기면 췌장의 기능 감소뿐만 아니라 복통, 구역, 구토와 같은 소화기 증상,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췌장염에도 종류가 있다?
Types
일반적으로 췌장염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합니다. 바로 급성 췌장염과 만성 췌장염, 괴사성 췌장염입니다.
급성 췌장염
급성 췌장염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췌장의 염증입니다. 급성 췌장염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급성 췌장염은 적절한 치료만 받는다면 대부분 후유증 없이 며칠 내로 회복됩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심한 췌장 출혈, 심각한 조직 손상, 감염 및 낭종 등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특히 흡연이나 음주가 잦은 분들은 급성 췌장염이 만성 췌장염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만성 췌장염
만성 췌장염은 췌장염이 지속적으로 재발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췌장에 염증이 축적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만성 췌장염의 증상은 급성 췌장염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추가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만성 췌장염은 급성 췌장염에 비해 복통, 복부 불편감 등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간혹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어 심각한 복통과 출혈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괴사성 췌장염
괴사성 췌장염은 급성 췌장염의 중증 형태입니다. 급성 췌장염 환자의 약 10% 정도가 괴사성 췌장염으로 발전하는데 원인은 소화액의 누출 때문입니다.
췌장의 소화액이 주위 조직에 누출되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소화액은 기본적으로 단백질을 분해하기 때문에 주변 세포들을 손상시켜 죽음에 이르도록 합니다.
괴사성 췌장염에서는 췌장뿐만 아니라 주변의 십이지장, 위 조직도 썩게 만들기 때문에 사망 위험이 매우 높아집니다. 따라서 급성 췌장염 단계에서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신속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췌장염 왜 발생할까?
Causes
췌장염의 유발 원인은 다양합니다. 급성과 만성 췌장염의 유발 요인은 서로 비슷하긴 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각각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급성 췌장염의 유발 요인
담석은 급성 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담석증(Cholelithiasis)에서도 다룬 내용이지만 담낭에서 형성된 담석은 담관을 따라 내려오는 과정에서 주췌관(Pancreatic duct)과 총담관(Common bile duct)을 막아버립니다.
소화관이 폐쇄되니 췌장에서 분비된 소화액은 다시 역류해 췌장 세포를 손상시킵니다. 또한 소화액이 주변으로 누출되면서 넓은 범위로 염증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급성 췌장염의 15%는 발생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만성 췌장염의 유발 요인
만성 췌장염은 주로 30-40대 남성에게 많이 발생합니다.
특히 혈중 칼슘 또는 중성지방(TG) 수치가 증가하면 만성 췌장염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만성 췌장염 역시 20-30% 정도는 발생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췌장염 어떻게 진단할까?
Diagnosis
식후에 반복되는 극심한 복통이 나타난다면 일단 췌장염을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췌장염으로 확실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를 이용해야 합니다.
혈액 검사
먼저 혈액 검사에서 췌장 효소 수치가 크게 상승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소화액이 혈액으로 누출되면서 혈중 소화액 수치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수치가 증가했는지 확인하는 소화액은 리파아제, 아밀라아제, 트립신 등입니다.
영상검사
또한 초음파, MRI, CT를 이용하면 췌장의 해부학적 구조와 정확한 염증 부위, 담관과 주췌관 등의 주위 조직 손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복부 질환을 함께 감별하기 위해 CT를 우선적으로 촬영하며 필요에 따라 MRI를 촬영해 볼 수 있습니다. 초음파는 검사자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췌장의 깊이로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보조적으로 이용합니다.
이밖에도 대변 검사를 통해 지방 함량이 높은 지방변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거나 췌장 기능 검사를 통해 췌장의 소화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췌장염 어떻게 치료할까?
Treatment
췌장염의 초기 치료는 3단계로 진행합니다. 첫 번째 통증 조절, 두 번째 금식, 세 번째 수액 처치입니다.
통증 조절(Analgesics)
가장 먼저 진통 소염제를 투여해야 합니다. 췌장에 발생한 염증을 최대한 빨리 줄여 줘야 추가적인 조직 손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비스테로이드 진통 소염제(NSAIDs)를 먼저 사용합니다. 하지만 엔세이드를 사용했음에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마약성(Opioids) 진통제를 투여해 볼 수도 있습니다.
*췌장염이 자주 재발하는 사람들은 마약성 진통제의 투여 빈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엔세이드로는 통증이 조절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발성 췌장염 환자들 중 상당수는 약물 중독에 빠지게 됩니다. 일부는 병원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마약성 진통제만 상습적으로 투약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췌장염은 여러 가지 면에서 무서운 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식(Fasting)
췌장염에서는 췌장이 회복될 시간을 벌기 위해 며칠 동안 식사를 중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식사를 하면 식후에 소화액이 분비되면서 췌장 조직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식은 최소 2일 이상 시행합니다.
며칠의 금식 후에는 맑은 액체 먼저 먹기 시작합니다. 물이나 음료를 마신 후에도 복통이 안 나타난다면 서서히 정상 식이를 시행하면 됩니다.
수액 처치(IV fluid)
금식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수액으로 충분한 양의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 처음 24시간 동안에는 시간당 5-10ml/kg 정도의 하트만 수액(Linger’s lactate)을 투여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초기 수액 치료만 적절히 이루어진다면 증상은 빠르게 호전되고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입니다.
근본 원인 치료(Treatment of underlying dz)
위의 3단계(통증 조절, 금식, 수액 처치)로 증상이 어느 정도 조절된다면 다음으로 췌장염의 근본 원인을 치료해야 합니다.
담관 폐쇄 해소
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담석입니다. 담석으로 담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주췌관(Pancreatic duct) 역시 막혀 췌장염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폐쇄된 담관은 주로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 또는 담낭 절제술을 통해 해결합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2021.08.16 - [의학 상식] - <오른쪽 윗배가 아프다면? : 담석증>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췌장 수술
이미 염증이 너무 심하거나 괴사가 일어난 췌장 조직은 수술로 제거해야 합니다. 이러한 조직들은 결국 만성 췌장염 혹은 괴사성 췌장염의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알코올 중독 치료
담석 외에 췌장염의 가장 중요한 유발 원인을 골라보라면 단연 '과다한 알코올 섭취'입니다. 췌장염의 만성화와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금주는 췌장염 치료의 필수 단계입니다. 실제로 급성 및 만성 췌장염의 대부분은 과음 후에 증상이 악화됩니다.
여기서 알코올 중독 치료는 정신건강 의학과에서 주관하는 중독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개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본인은 의지만으로 금주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분들도 있지만 통계상 의지만으로는 완벽한 금주, 금연은 불가능합니다.
알코올 중독 치료 프로그램은 상담이나 운동 요법뿐만 아니라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혹시 본인이 스스로 금주를 하기 힘들겠다고 판단된다면 과감히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으로 췌장염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조용한 살인자’라고 알려진 췌장암에 관해 한 번씩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증상이 전무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췌장암으로 진단받는 사람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췌장염은 바로 이 췌장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입니다. 즉, 췌장염을 예방해야 췌장암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췌장염이 이미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신속한 초기 치료로 재발을 막아야 췌장암으로의 발전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음주 후에 혹은 식사 후에 갑자기 상복부가 아파온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에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췌장염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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