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혈변, 그중에서도 변기가 빨갛게 물들 수 있는 혈변의 원인에 대해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혈변을 유발하는 질환들?
Causes
생각보다 많은 질환이 혈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질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치열(항문 균열)
Anal fissures
치열이란 항문의 내벽이 찢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항문 내벽은 변비로 인해 딱딱해진 변에 쓸릴 때, 괄약근이 과도하게 긴장했을 때, 물리적으로 외상을 입었을 때 손상될 수 있습니다.
치열의 특징적인 증상은 새빨간 혈변과 극심한 통증입니다. 혈액량은 변기에 조금 떨어지는 정도 혹은 휴지에 묻어 나오는 정도로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통증은 극심합니다. 장이 움직일 때마다 손상된 내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일반인들은 보통 치열을 치핵(치질, Hemorrhoid)과 착각하는데 치핵에서는 치열처럼 심한 통증이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2. 치핵(치질)
Hemorrhoids
치핵은 항문 주위에 발생한 덩어리를 말합니다. 보통 치핵은 혈관을 포함하고 있으며 항문을 기준으로 안쪽에 발생하면 ‘내치핵’, 바깥쪽에 발생하면 ‘외치핵’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핵이 드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 성인의 60-70%에서 치핵이 발견될 만큼 흔한 질환입니다. 평소에는 증상이 없어서 인지하지 못할 뿐입니다.
그런데 치핵이 커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크기가 커진 치핵은 배변을 보는 과정에서 튀어나와 불편감을 유발합니다. 또한 변이 나오면서 치핵을 자극해 출혈이 생깁니다.
치핵으로 인한 출혈은 선홍색 혈변으로 나타납니다. 보통 휴지에 묻어 나오는 정도로 출혈량은 경미합니다. 하지만 수년 동안 방치한다면 철 결핍성 빈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대장암과 폴립
Colon cancer & polyps
대장종양은 결장과 직장벽에 발생하는 종양입니다. 여기서 양성 종양은 폴립(Polyps), 악성 종양은 대장암(Colon cancer)으로 구분합니다.
대장에 종양이 생기면 경미한 양의 출혈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종양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양상의 혈변이 나타납니다.
대장 종양 위치에 따라 혈변의 색을 구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직장 및 S상 결장 근처에 위치한 결장 종양 = 선홍색
- 오른쪽 결장에 위치한 결장 종양 = 적갈색 혹은 흑색
4. 게실염
Diverticulitis
대장 게실은 대장에 작은 주머니가 생기는 질환으로 주로 50-60세 이상 고령의 환자들에게 나타납니다.
대장 게실의 발생 원인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변비처럼 장 내압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장 게실이 생기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S상 결장과 하행 결장에 대장 게실이 많이 나타납니다. 또한 한번 생성된 게실은 외과적으로 장을 절제하지 않는 이상 없어지지 않습니다.
대장 게실은 평소에는 증상이 없다가 간헐적으로 증상이 나타납니다. 게실 안에 변이 쌓이거나 염증이 발생하기 때문인데 이를 게실염이라고 합니다.
게실염에서는 왼쪽 하복부에 복통, 발열 , 압통, 혈변 등이 나타납니다. 이때 나타나는 혈변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 무통성 혈변(보이는 비주얼에 비해 통증은 없음)
- 지속적이지 않은 혈변(자체적으로 멈춤)
- 많은 양(치열이나 치질, 대장 종양에 비해 변비를 새빨갛게 물들일 정도로 많은 출혈)
- 재발이 잦음(일부 고령층은 수혈이 필요)
또한 게실염에 의한 혈변 역시 위치에 따라 색이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 S상 결장의 게실에서 발생한 출혈 = 선홍색
- 오른쪽 또는 상행 결장의 게실에서 발생한 출혈 = 장 통과 속도가 빠르면 선홍색, 보통 적갈색 혹은 흑색
5. 메켈 게실
Meckel’s diverticulum
메켈 게실은 소장과 대장이 만나는 지점에 튀어나와 있는 소장 주머니입니다.
영아 중 약 2%가 메켈 게실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대부분은 증상이 없지만 일부 멕켈 게실은 위처럼 산을 분비하기도 합니다. 산이 분비되면 주위의 소장 조직에 궤양을 유발하고 이 궤양에서 출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멕켈 게실로 인한 출혈은 선홍색, 진한 빨간색, 적갈색의 혈변으로 나타납니다. 게실염과 마찬가지로 무통성 혈변이 특징적이며 때때로 출혈이 너무 심해 응급 수혈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6. 혈관이형성증
Angiodysplasias
가끔 대장뿐만 아니라 소장 혹은 위 내벽에 비정상적인 혈관 조직 다발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혈관 뭉치를 혈관이형성증이라고 합니다.
혈관이형성증은 내시경을 하는 과정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거미줄처럼 뻗은 선홍색 조직이 대장 내막 바로 아래에 보입니다.
이런 혈관이형성증은 대장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지만 주로 오른쪽 결장 혹은 상행 결장에 가장 흔합니다. 또한 나이가 듦에 따라 발생 빈도도 증가합니다.
혈관이형성증에서도 무통성 혈변이 나타납니다. 혈변의 색은 선홍색 혹은 진한 빨간색, 적갈색, 검은색 등 다양합니다. 대부분 수혈은 필요 없지만 지속적으로 출혈이 있다면 철 결핍성 빈혈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7. 대장염 및 직장염
Colitis & proctitis
대장염은 말 그대로 대장에 염증이 발생했음을 의미합니다. 직장염은 항문 근처의 대장, 즉 직장에 발생한 염증입니다.
여러 가지 질환이 대장염과 직장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궤양성 대장염 혹은 직장염, 크론병,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대장염 혹은 직장염, 허혈성 대장염, 방사선 대장염 혹은 직장염 등이 있습니다.
궤양성 대장염 혹은 직장염
궤양성 대장염과 직장염, 크론병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만성적인 대장 궤양입니다.
대장 전반에 걸쳐서 형성되는 궤양으로 인해 복통, 설사, 혈변, 직장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감염성 대장염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대장염에서도 복통, 설사, 혈변이 나타납니다. 드물게 중등도 이상의 출혈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이렇게 대장염을 유발하는 원인균은 살모넬라, 시겔라, 캄필로박터, 대장균, 거대 세포 바이러스 등이 있습니다.
허혈성 대장염
허혈성 대장염은 대장벽에 갑자기 혈액 공급이 감소해서 발생하는 대장 염증입니다. 혈액 공급이 감소하는 주된 원인은 동맥에 생성된 혈전 때문입니다.
허혈성 대장염이 호발 하는 부위는 횡행결장이 하행결장으로 넘어가는 부위입니다.
갑자기 혈액 공급이 줄어들면 장점막에 궤양이 생기거나 및 조직 괴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심한 하복부 통증을 비롯하여, 직장 출혈이 나타나게 됩니다.
허혈성 대장염으로 인한 직장 출혈과 복통은 며칠 후 저절로 사라지지만 한번 발생한 궤양은 몇 주 이상지 나야 치유됩니다.
방사선 대장염 혹은 직장염
복부암에 대한 방사선 치료도 방사선 대장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방사선 조사는 대장 내벽에 치명적입니다. 방사선으로 대장 내막과 혈관에 손상이 생기면 치료에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전립선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방사선에 의해 방사선 직장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나타나는 혈변은 경미하지만 만성화될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8. 용종절제술
Polypectomy
대장 내시경을 하다 보면 누구나 1-2개 정도의 양성 종양(폴립)이 발견됩니다. 크기가 너무 크지 않다면 보통 용종을 떼어내는데 수일이 지나 이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출혈을 '지연성 용종절제술 후 출혈'이라고 합니다.
용종이 작은 경우(2-3mm)라면 출혈이 거의 없지만 용종이 크면(5-10mm) 떼어낸 부위에 궤양이 생기면서 출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출혈은 용종절제술 후 며칠에서 최대 2-3주까지 유지되기도 합니다. 이때 나오는 혈변은 선홍색, 진한 빨간색, 적갈색, 검은색 등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이상으로 혈변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처럼 혈변을 유발하는 질환은 많습니다. 그러나 대장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치명적이지 않아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혈변이 너무 잦거나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혈액 검사를 비롯하여 대장내시경 등 정밀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인 질환을 알아야 그에 맞는 치료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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