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의 폭넓은 사용처
프로포폴은 실제 임상에서 굉장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본래 전신 마취를 하기 전에 진정제(Sedative)로 사용하지만, 내시경 시술에서 수면을 목적으로 혹은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안정시킬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프로포폴이 폭넓게 사용되는 이유는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작용과 회복이 빠르다는 면에서 다른 진정제보다 더욱 선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포폴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프로포폴 역시 다른 약들과 마찬가지로 과도하게 사용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프로포폴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저혈압, 무호흡, 간대성 근경련 등입니다. 이 부작용들은 프로포폴을 주입했을 때 비교적 흔하게 발생합니다. 다만 마취과 전문의가 주의만 기울인다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발생하면 대처하기 까다롭고 환자의 생명에 중대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바로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PRIS, Propofol related infusion syndrome)’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에 대해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프로포폴의 부작용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2021.05.25 - [마취 이야기] - <프로포폴, 대표적인 부작용>알기 쉬운 마취 이야기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이란?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은 프로포폴을 *과량 혹은 장시간 주입했을 때 발생하는 중증 합병증입니다. 이때 여러 가지 임상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환자가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입니다.
*여기서 과량 및 장시간이라 함은 시간당 킬로그램당 4mg 이상(>4mg/kg/hour), 2일 이상(>48 hours) 주입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사실 기준이 조금 과해 보입니다. 하지만 뇌동맥류 수술을 받는 환자, 심장 수술을 받는 환자,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중환자들은 위의 기준처럼 과량 및 장시간 주입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보다 적게 투여해도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 증상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은 여러 가지 임상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더 대처하기 어려운 질환입니다. 다음은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의 증상을 정리한 표입니다.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프로포폴 증후군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과량의 프로포폴로 인해 혈액 속에 지방 및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고, 근세포를 포함한 여러 세포들이 망가지면서, 결국 심장 혈관과 심장 근육에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 얼마나 발생할까?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 유병률(Incidence)
아직까지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의 정확한 유병률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소아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증후군을 정확히 정의 내릴 수 없어 조사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1989년대부터 2005년까지 조사한 FDA 데이터 베이스에 따르면 실제 임상에서 약 1139 케이스의 환자들이 이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이 발생했다고 합니다(하지만 의심 증상이 있거나 학회에 보고된 케이스만 따져본 결과로 정확한 수치는 아닙니다.). 17년간 전신 마취 및 중환자실 케어를 받은 환자수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1139명의 환자들 중 치사율은 무려 30%에 달했습니다.
즉, 유병률 자체가 높진 않지만 한번 발생하면 10명 중 3명은 사망할 수 있을 정도로 치사율이 높은 질환인 셈입니다.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 어떤 경우에 잘 발생할까?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인(Risk factors)은 다양합니다. 학자들은 저마다 주요한 위험 요인, 유발 요인, 선행 요인 등 조금씩 다른 용어를 사용하며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의 위험 인자를 조사하였는데 이를 한 번에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밖에도 낮은 산소 전달능(Poor oxygen delivery), 무증상 미토콘드리아 질환(Subclinical mitochondrial disease) 등이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 예방하는 방법?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을 예방하는 방법은 크게 2 가지 입니다.
탄수화물의 보충(Provide carbohydrate)
먼저 탄수화물을 보충해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 저장량이 부족해지면 지방의 대사량과 이동량이 증가합니다. 이렇게 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아지고 대사성 산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예방적으로 탄수화물을 보충해 준다면 이런 지방 대사를 방지하고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을 분당 킬로그램당 6-8밀리그램(6-8mg/kg/minute) 이상 주입하면 지방 대사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
프로포폴의 주입량과 주입 기간을 조절(Minimize the dose and duration of propofol)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은 결국 과량의 프로포폴을 지속적으로 주입해서 발생합니다. 특히, 위험 인자(Risk factor)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프로포폴을 주입할 때 시간당 킬로그램당 5mg 미만(<5mg/kg/hour) 그리고 최대 48시간을 넘어가지 않도록(<48 hours) 신경 써야 합니다.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 치료 방법?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은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일단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에 해당하는 임상증상이 나타나면 프로포폴 주입을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그 대신 환자의 진정 상태(Sedation)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정맥 마취제를 투여합니다.
다음으로 저혈압과 부정맥을 해결하기 위해서 혈관 수축제와 승압제를 적절히 조합하여 투여해 줍니다. 승압제를 투여했음에도 심정지(Cardiac arrest)가 발생한다면 지체하지 않고 제세동(Pacing)을 시행해야 합니다. 이때는 관상 동맥을 비롯한 심혈관 문제가 동반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정밀 검사를 실시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또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대사성 산증을 교정하기 위해서 투석을 시행합니다. 투석은 환자의 대사장애를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만약 승압제를 투여하고 투석을 해줬음에도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최후의 방법으로 체외막 산소화(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를 시행해 줄 수 있습니다. 일명 *에크모(ECMO)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기계를 통해 환자의 심장과 호흡 기능을 대신해 줌으로써 심장과 폐에 가해질 수 있는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중증 환자의 회복을 돕는 방법입니다. 에크모는 프로포폴 주입으로 인해 떨어진 심폐 기능을 회복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에크모가 처음 대중에 알려진 계기는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의 유행이었습니다. 당시 치사율이 높았던 사스로부터 중증 환자를 효과적으로 회복시키면서 에크모의 유용성이 알려졌습니다. 그 이후 유행한 메르스(MERS, 중동 호흡기 증후군),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 19까지 여전히 에크모는 심폐 회복이 힘든 환자들에게 최종 대안 중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프로포폴 증후군이란 무엇이고, 어떤 상황에서 잘 발생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치료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은 그리 흔한 질환이 아닙니다. 하지만 임상에서 점점 프로포폴의 사용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유병률이 낮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한번 발생하면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기에 그 개념과 대처법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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