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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이야기

<마취에서 깨어나기 어렵다고?> 알기 쉬운 마취 이야기

by 개미의사 2021.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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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앞둔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론상 '건강한 성인'이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신 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

 


 

앞선 포스팅에서 전신 마취 과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2021.05.09 - [마취 이야기] - <전신 마취 정말로 마스크만 써도 슥?> 알기 쉬운 마취 이야기

 

<전신 마취 정말로 마스크만 써도 슥?> 알기 쉬운 마취 이야기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술을 시작하기 전 마취하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환자의 얼굴에 마스크를 갖다 대면 환자가 '스르륵' 잠이 듭니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은 마스크에서 뭔가 마취

medilive.tistory.com

 

전신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은 크게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의식의 각성(무의식에서 회복), 두 번째는 근육 이완의 회복입니다. 

 

각성(Awareness)

 

각성은 무의식에서 깨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잠에서 깨어나는 과정으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마취에서 깨어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각성 단계입니다.

 

수술 중에는 환자의 의식을 무의식 단계로 유지하기 위해 정맥 마취제와 진통제, 흡입 마취제를 지속적으로 주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술이 종료되고 이 마취제들의 주입을 중단하면 약물들의 혈중 농도가 감소하면서 환자의 의식이 각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각성하는 시간은 약물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대부분의 정맥 마취제, 진통제, 흡입 마취제는 간이나 신장, 폐를 통해서 배출되는데 이 간기능 혹은 신장기능, 폐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은 건강한 사람들보다 각성 시간이 더 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되는 부분은 '기저 질환에 따라 마취제의 배출 시간이 다소 연장될 순 있어도 배출이 되지 않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라는 겁니다. 

 

즉, 수술 전에 의식이 있었고 수술 중에 적절한 산소와 수액 공급이 이루어졌다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주입된 마취제는 결국 시간의 차이일 뿐 언젠가 몸에서 전부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산소와 수액 공급마저 마취기 및 인퓨전 펌프(Infusion pump) 등과 같은 기계로 관리-모니터링되므로 수술실에 화재가 나거나 수술 도중 강제로 기계가 제거되지 않는 이상 문제가 생길 수 없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마취제가 뇌기능에 문제를 유발해서 못 깨어날 수 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연구에서 마취제가 직접적으로 뇌기능을 손상시킨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수술 중 출혈로 인한 저혈압, 부적절한 산소 공급 등으로 뇌가 저산소혈증에 빠져 손상될 수는 있지만 어도 마취제에 의한 직접적인 손상은 없다는 결론입니다. 

 

 

만약 수술 후에 의식을 곧바로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크게 5가지입니다.

 

 

근육 이완의 회복(Reversal of neuromuscular block)

대표적인 근이완 역전제인 슈가마덱스(Sugammadex) Source:Wikimedia commons

 

다음으로 근이완의 회복 단계입니다. 완벽한 마취의 회복은 의식의 각성뿐만 아니라 환자가 '스스로 숨을 쉴 수 있는가'입니다. 근육 이완에서의 회복은 마취 회복의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육이완제는 수술 전 기관 내 삽관을 용이하게 하고, 수술 중 집도의가 안전하게 수술하도록 돕기 위해 주입합니다. 하지만 이 약물을 주입하면 환자가 스스로 숨을 쉬거나 움직일 수 없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눈을 떴는데 스스로 숨을 쉴 수 없고 목에 인공호흡기가 삽관되어 있다면 얼마나 환자가 무섭고 당황스러울까요. 게다가 막 잠에서 깬 사람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불안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환자의 의식이 완전히 각성하기 전에 호흡 기능을 회복시키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해주어야 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약물이 있습니다. 바로 *근육 이완제 역전제(Reversal agents of muscle relaxant)입니다.

 

근이완 역전제는 의식의 회복에 맞춰 호흡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보통 정맥 마취제, 진통제, 흡입 마취제를 중단하면서 거의 동시에 환자의 수액으로 주입하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의식과 호흡의 회복이 이루어집니다. 

 

*근육 이완제의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근이완 역전제는 다릅니다.
석시닐콜니콜린(탈분극성 근이완제)을 사용했다면 따로 근이완 역전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혈중에서 스스로 분해되기 때문으로 근이완 지속 시간 역시 굉장히 짧습니다.
로큐로니움(비탈분극성 근이완제)을 사용했다면 피리도스트그민(Pyridostigmine), 네오스트그민(Neostigmine), 슈가마덱스(Sugammadex) 등을 사용합니다.

 


 

수술실 퇴실(Post anesthetic recovery)

 


 

Source:Pixabay.com

환자의 의식과 호흡이 회복되고 나면 이제 수술방에서 병실로 올라갈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부수적으로 환자의 혈압, 체온, 통증 정도를 수술 전과 비교하여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지 평가합니다. 

 

환자의 혈압이나 체온, 통증 정도가 처음과 비교해서 차이가 많다면 이를 교정한 후에 병실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마취에서 회복되는 과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첫째, 마취제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 몸 밖으로 배출되기에 마취제로 의식이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둘째, 근육 이완 역시 근육이완제를 투여하면 모두 회복되기 때문에 호흡이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물론 이 과정들 모두 마취과 전문의의 관리하에 이루어졌을 때 안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수술을 하기 전에 걱정해야 할 사항은 마취 자체가 아니라 마취과 전문의에 의해서 마취가 이루어지는가 여부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흡입 마취제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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