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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이야기

<전신 마취 정말로 마스크만 써도 슥?> 알기 쉬운 마취 이야기

by 개미의사 2021.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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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에서 수술을 시작하기 전 마취하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환자의 얼굴에 마스크를 갖다 대면 환자가 '스르륵' 잠이 듭니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은 마스크에서 뭔가 마취약이 나와 환자를 재운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마취는 조금 다르게 이루어집니다.

 

오늘은 전신 마취(General anesthesia) 과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신 마취 과정

General anesthesia

 


 

산소화(Preoxygenation)

Source:PIxabay.com

 

전신 마취를 시작할 때 드라마처럼 마스크를 얼굴에 갖다 댄다고 환자가 잠이 드는 것은 아닙니다. 마취를 시작하기 전에 마스크를 얼굴에 갖다 대는 이유는 산소를 공급해주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산소화 과정이라고 합니다.

 

마스크로 100% 산소(FIO2 1.0)를 공급해주면 폐안의 폐포 구석구석 산소 공급이 이루어지면서 산소 저장능이 늘어납니다. 이렇게 산소 저장능을 늘리는 이유는 뒤에 기관 삽관 과정에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정맥 마취제 주입(IV anesthetics infusion)

각종 정맥 마취제와 진통제, 근육이완제 Source:WIkimedia commons, Author:Mikael Häggström

 

마스크로 산소 공급을 해주면서 손이나 발에 연결된 수액 라인을 통해 정맥 마취제를 주입해 줍니다. 이때 투입하는 정맥 마취제는 프로포폴(Propofol), 미다졸람(Midazolam), 티오펜탈(Thiopental), 에토미데이트(Etomidate), 덱스메데토미딘(Dexmedetomidine) 등의 진정제입니다. 

 

이 정맥 마취제를 주입하고 나면 3분 남짓의 시간 안에 환자가 잠이 들게 됩니다. 보통 마스크를 대고 있는 상태에서 환자의 수액(팔이나 다리)으로 약을 주입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마취제가 마스크로 들어와 잠이 든다고 착각하는 겁니다.

 

이때부터 산소 마스크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덱스메데토미딘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정맥 마취제는 환자의 호흡과 심박수를 억제합니다. 이 때문에 환자가 저산소증에 빠질 수 있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마스크 배깅(Bagging, 공기백을 짜면서 산소를 공급해주는 행위)을 해주어야 합니다. 환자가 잠이 들면 적극적으로 산소 공급을 해주는 겁니다.

 

근육이완제 주입(Muscle relaxant)

석시닐콜린 Source:WIkimedia commons, Author:Mark Oniffrey

 

다음 단계는 *근육이완제의 주입입니다. 환자가 잠이들면 역시 수액을 통해 근육이완제를 주입합니다. 여기서 근육이완제의 역할은 크게 2가지 입니다. 첫 번째는 기관 삽관을 수월하게 만들어 주고, 두 번째는 수술 중 환자의 움직임을 막아 수술 집도의가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근육이완제는 수의근(Skeletal muscle)을 이완시킵니다. 근육이완제를 주입하면 환자는 스스로 숨을 쉴 수 없고, 사지를 움직일 수 없으며, 복근을 포함한 기타 수의근들이 이완됩니다. 따라서 기관내 튜브(Endotacheal tube)와 인공호흡기를 이용해 환자의 호흡을 보조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숨을 못 쉰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때 환자들은 진정제로 인해 이 사실을 인지할 수 없고 마스크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산소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도 산소 마스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산소화로 산소 저장능을 확보해놔야 기관 삽관을 하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100% 산소로 산소 저장능을 증가시키면 마스크를 떼고도 약 5분 남짓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베큐로니움(Vecuronium), 로큐로니움(Rocuronium), 아트라큐리움(Atracurium), 석시닐콜린(Succinylcholine) 등이 있으며 근이완제의 종류에 따라 작용시간과 기전에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근육이완제는 로큐로니움과 석시닐콜린입니다.

 

기관 삽관(Endotracheal tube intubation)

 

기관내 삽관 Source:Pixabay.com

 

근육이완제를 주입하고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기관 삽관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기관 삽관이란 기관지 튜브(Endotracheal tube)라는 관을 기관(Trachea) 안까지 넣고 고정을 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미 근육이완제를 투여한 상태여서 쉽게 환자의 입을 벌리거나 삽관 자세를 잡을 수 있습니다. 또한 관이 기도로 들어갈 때 발생하는 인두 반사(Gag reflex)도 억제된 상태이기에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에 문제만 없다면(턱이 너무 작거나 인후두부 구조가 선천적으로 이상한 경우)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흡입 마취제 주입(Inhalation anesthetics)

마취기(인공 호흡기)에 부착된 흡입 마취제 가열기 Source:Pixabay.com

 

기관 삽관이 완료되면 다음으로 흡입 마취제를 주입해줍니다. 이때 흡입 마취제는 인공 호흡기(사실은 마취기)를 통해 산소와  동시에 주입하게 됩니다. 여기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정맥 마취제를 주입했는데 왜 흡입 마취제까지 사용하는 걸까요? 

 

전신 마취란 무의식, 무통, 무움직임을 유지하는 진정 단계를 의미합니다. 수술 중에 이 단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맥 마취제 뿐만 아니라 *진통제, 흡입 마취제 등의 여러 가지 약이 필요합니다. 이를 균형 마취(Balanced anesthesia)라고 합니다. 수술 중에 가해지는 여러가지 자극은 환자를 각성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복부 수술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복부 수술에서는 먼저 메스로 배를 가르면서 통증 자극이 가해 집니다. 그러고 나서 수술 부위 확보를 위해 여러 기구로 복부를 잡아당기면서 견인하는 자극이 가해지고, 또 수술 도중 지혈이나 절제를 위해 전기 소작기를 통한 전기 자극이 가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자극으로부터 전신 마취 단계를 유지하려면 정맥이나 흡입 마취제 어느 한 가지 약제 만으로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균형 마취가 필요한 것입니다.

 

*레미펜타닐(Remifentanil)과 같은  마약성 진통제는 정맥 마취제를 주입하는 단계에서 동시에 수액을 통해 공급해 줍니다. 보통 인퓨전 펌프(Infusion pump)라는 기계를 통해 수술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주입해주며 수술 후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서 제거하지 않고 병실로 같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가적인 수액라인 확보(IV line)

정맥 수액 라인 Source:WIkimedia commons, Author:Michaelberry  at  English Wikipedia

 

마지막으로 예상치 못한 출혈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수액 라인을 잡아줍니다. 이 수액 라인은 팔이나 다리, 목 어디든 잡을 수 있으며 수술 중에 과도한 출혈이 발생하면 혈액을 달아 주기 위해 잡아주는 라인입니다. 

 

수술이 종료되고 나서 환자 상태가 괜찮으면 다시 병실로 올라가기 전에 대부분 제거하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상으로 대략적인 전신 마취 과정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어떻습니까. 생각보다 과정이 복잡해서 깜짝 놀라셨을 겁니다. 하지만 맨 앞에 언급했듯이 이 과정들은 굉장히 간략하게 요약한 내용으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마취를 함에 있어서 마취과 전문의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전신 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과정을 알고 나시면 마취에서 못 깨어난다는 말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임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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