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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이야기

<수면 마취와 전신 마취, 무슨 차이가 있을까?> 알기 쉬운 마취 이야기

by 개미의사 2021.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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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마취에 사용하는 각종 약물들 Source:Wikimedia commons, Author:Mikael Häggström

 


 

누구나 한 번쯤은 살면서 내시경 검사를 받게 됩니다. 이때 선택의 순간이 옵니다. 수면 내시경을 할 것인지, 수면 없이 일반 내시경을 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면 마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게다가 간혹 뉴스에서 “OO 병원 성형외과 수술 중 수면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환자 사망.”, “O세 남아 수면 마취 후 의식불명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을 접하기 때문에 당연히 두려움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병원에서는 안전하다고 하는데 왜 저런 기사들이 나오는 걸까요? 정말로 수면 마취는 100% 안전한 걸까요? 오늘은 이 궁금증들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면 마취란?

Sedation

 


 

수면 마취는 전신 마취 전 단계의 진정(Sedation)에 해당합니다. 진정이란 약물에 의해 의식과 반사작용, 통증 감각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하며 진정의 정도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진정은 크게 최소 진정(Minimal sedation), 중등도 진정(Moderate sedation), 깊은 진정(Deep sedation), 전신 마취(General anesthesia) 4단계로 구분합니다. 각 단계의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진정의 단계(Level of sedation) Source:ResearchGate

 

최소 진정 = 약물에 의해 불안이 해소된 상태로 인지기능만 약간 떨어질 뿐 구두 명령에 반응하는 단계입니다. 스스로 숨을 잘 쉴 수 있습니다.

중등도 진정 = 의식이 떨어져 있지만 벼운 접촉이나 구두 명령에 반응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스스로 숨을 쉴 수 있습니다.

깊은 진정 = 쉽게 깨지는 않지만 반복적인 자극이나 통증 자극에 반응을 하는 상태입니다. 스스로 숨을 쉬기 힘들어 기도 유지 장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전신 마취 = 통증 자극에도 환자가 깨지 않고 반사 기능도 소실되는 단계입니다. 스스로 숨 쉴 수 없어 기도 유지 장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기서 수면 마취는 중등도 및 깊은 진정 단계에 해당합니다. , 의식은 약간 떨어지지만, 주변 자극이나 통증 자극에 반응을 하며, 스스로 숨을 어느 정도 쉴 수 있는 상태입니다.

 

가끔 연예인들이 수면 마취를 하고 의사 선생님에게 말을 걸거나, 묻는 말에 횡설수설했다는 에피소드는 진정 단계가 중등도에서 깊은 단계를 사이로 유지된 결과입니다.

 


 

수면 마취가 위험할 수 있는 이유는?

Respiratory distress

 


 

횡설수설이 수면 마취의 중대한 위험 요인은 아닙니다. 문제는 바로 호흡입니다. 진정은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그 단계를 빠르고 쉽게 조절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간혹 약물이 과도하게 들어가면 깊은 진정 단계뿐만 아니라 심하면 전신 마취 단계까지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때 호흡을 보조하기 위한 산소마스크나 인공호흡기가 없다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정맥을 통해 진정제를 투여하는 경우 더 자주 발생합니다.

 

근육 주사를 통해 약물을 주입하는 경우와 다르게 정맥을 통해 약물을 주입하면 사람의 체중과 나이, 약물 감수성에 따라 진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프로포폴(Propofol)

프로포폴(Propofol) Source:Wikimedia commons, Author:Behzad39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프로포폴(Propofol)이라는 약물이 있습니다. 흔히 우유주사라고 해서 모그룹 부회장뿐만 아니라 여러 연예인들의 상습적인 투약이 문제가 되어 한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이 프로포폴은 대중들에게 수면과 피로 해소를 위한 마약류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대표적인 정맥 마취제 중 하나입니다.

 

프로포폴을 정맥으로 주입하면 진정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데 90-100초면 최대 최면 효과를 보이고, 회복 시간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간단한 시술에서부터 전신 마취 수술까지 폭넓게 이용되고 있는 약물입니다.

 

하지만 프로포폴은 여러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히 사용해야 하는 약물입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저혈압과, 무호흡, 통증, 경련 등으로 여기서 일시적인 무호흡과 저혈압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보통 프로포폴로 인한 무호흡은 30초 이내에 해결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무호흡 반응은 용량 의존적으로 빈도와 기간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투여 용량이 더 늘릴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무호흡의 발생과 기간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항불안제 등 진정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 역시 무호흡 시간이 연장될 수 있습니다.

 

또한 프로포폴은 용량 의존적으로 교감신경 작용을 방해합니다. 이로 인해 심장 박동수가 감소하고 저혈압을 초래합니다.

 

즉, 프로포폴을 과도하게 투약하면 심박수 저하, 저혈압, 무호흡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상태가 유지되면 곧 심정지가 옵니다.

 

그래서 프로포폴로 수면 마취를 진행할 때는 *바이탈 사인(Vital sign)을 관찰할 수 있는 모니터링 장비들과 진정 단계를 볼 수 있는 *BIS 등의 기기가 필수적입니다.

 

*활력 징후라고도 하며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체온, 맥박(심박수), 혈압, 호흡(산소 포화도) 등의 상태를 나타내는 징후

 

BIS Source:Wikimedia commons, Author:ignis

*Bispectral index (BIS)의 약자로 뇌파를 분석을 통해 진정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기계입니다. 40-60이 전신 마취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비용 문제를 핑계로 대다수의 일반 의원들은 이런 장비를 들여놓지 않거나 일부만 비치해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술 전문과들은 이런 바이탈 사인을 관찰하고 유지하는 시간과 지식이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마취과 전문의가 없이 시행하는 수면 마취가 위험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계획된 전신 마취? 전신마취가 생각보다 안전한 이유!

General anesthesia

 


 

수면 마취와 전신 마취의 가장 큰 차이점은 3가지입니다. 바로 의식, 통증, 움직임의 차이입니다.

 

수면 마취는 중등도 및 깊은 진정으로 완전한 제통, 완전한 의식 저하, 완전한 움직임 저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에 반해 전신 마취는 가장 깊은 진정 단계로 무통, 무의식, 무움직임을 기본으로 합니다.

 

일단 무의식은 환자로부터 마취 및 수술의 과정을 잊도록 도와주고, 무통은 수술 중 통증을 줄여주며, 무움직임은 수술 의사로 하여금 안전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전신 마취는 환자의 호흡 및 기타 반사작용도 역시 완전히 억제하게 됩니다. 얼핏 보면 더 위험한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획된 전신 마취는 굉장히 안전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신 마취(General anesthesia) Source:Wikiemedia commons, Author:ISAF Headquarters Public Affairs Office

 

무호흡 = 인공호흡기로 보조

 

먼저 의도적인 전신 마취에서는 억제된 호흡을 인공호흡기로 보조하면서 상시 감시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언제 호흡이 불안정해질지 모르는 수면 마취보다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맥과 저혈압 = 승압제, 혈관 수축제를 추가적으로 투여

 

다음으로 억제된 교감신경반응(맥박과 혈압) 역시 지속적인 바이탈 사인 모니터링을 통해 포착하고 약물을 주입하여 보상해 줄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계획된 전신 마취는 철저한 모니터링 장비와 마취과 전문의의 관리하에 진행하기 때문에 수면 마취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면 마취에서는 철저한 모니터링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고 진정의 단계가 예상치 못하게 깊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예상치 못한 저혈압과 저산소혈증이 발생하더라도 이미 인공호흡기를 통한 호흡 보조 및 승압제 투여가 이루어지고 있는 전신마취보다 대응이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실제 전신 마취 과정은 이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마취 유도 과정에서 사용하는 약물, 마취 유지에 사용하는 약물, 마취에서 깨도록 사용하는 약물은 모두 다릅니다. 근육이완제, 흡입마취제를 포함하여 다양한 약물이 사용됩니다.

게다가 수술 전 환자 상태와 마취 후 환자 상태
, 수술 중 과도한 출혈이나 사고에 따른 환자 상태가 수시로 변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전반적인 과정이 전신 마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은 추후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수면 내시경은 비교적 안전!

Esophagogastroduodenoscopy, EGD

 


 

위장관 내시경(Endoscopy) Source:Wikimedia commons, Author:Samir

 

다만 일반적으로 수면 내시경을 진행할 때는 내시경의 조작으로 환자에게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지기 때문에 무호흡이나 저혈압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습니다.

 

또한 대부분 바이탈 사인을 다룰 수 있는 내과 선생님이 시행하기에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문제는 수면 마취로 진행하지만 자극이 적은 기타 다른 시술이나 수술들입니다.

 

특히, 성형외과나 정형외과, 신경외과, 일반 외과 등에서 정확한 감시 장치와 마취과 전문의 없이 수면 마취를 진행한다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시술이나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면, 수면 마취의 부작용이나 위험성에 관하여 담당 의사에게 반드시 설명을 들어야 합니다. 근거 없이 무조건 안전하다고 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중등도 및 깊은 진정 상태는 언제든지 전신 마취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사용하는 진정제의 양이 중요하겠지만 약물에 대한 환자의 반응이 변수가 됩니다. 따라서 "수면 마취가 전신 마취보다는 안전하겠지.", "별일 있겠어?" 라고 가볍게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지금까지 수면 마취와 전신 마취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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